• 최종편집 2024-04-1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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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합의란 사익과 공익이 균형을 이루는 결정을 말하고, 수준 낮은 합의는 이해관계에만 매몰되는 결정이다”

 

대의제에도 불구하고, 주민 혹은 시민이 자신들의 공적 과제에 대해 직접 논의를 통해 합의하고 관철시키려 노력하는 이유는 선출직 공무원이 주민 삶의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적과제 관철 3가지 요건

집단적 힘 가져야, 사실에 기반 타당해야, 공공기관 협조 구해야 

주민이 겪는 공적 과제가 제대로 관철되기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집단적 힘을 가져야 하고, 둘째는 그 요구가 사실에 기반하여 타당해야 하고, 셋째는 의회나 행동 등과 같은 공공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 해도, 개인의 의사가 관철되기는 쉽지 않다. 집단을 구성하여 다수의 힘을 과시해야 공공기관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 모임과 조직이 필요한 이유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아무리 다수가 모였다고 해도, 논의 과정과 결과가 허접하고 집단의 이해에만 매몰되면, 그 결과를 사회나 공공기관이 승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작은 집단의 왜곡된 결정을 지지하기 위해 사회적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질 좋은’ 결정 구성요소 3가지

다수가 동의, 사실관계 부합, 논리적·현실적 적당성 갖춰야 

따라서 민간이 자율적인 모임에서 내리는 결정은 그 내용이 좋아야 한다. 내용이 좋다는 의미는 다수가 동의한 내용이어야 하고, 사실관계에 부합하고,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적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이를 ‘질 좋은’ 결정이라 부른다.

 

‘질 좋은 결정’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주민이나 시민이 내린 결정의 수준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직 의원이나 공무원의 결정이나 판단을 넘어설 수 있을 때, 결정의 명분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해결할 과제를 두고 주민들이 모이면, 항상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이 상호 교차하면서 논쟁이 일기 마련이다. 이를 잘 결합하는 게 역량이다.

 

집단 전체가 사익에만 치중하여 결정을 내리게 되면, 사회적, 국가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되고, 실현 가능성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사익을 소홀히 하고 공익만 내세운다면, 집단적 승인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수준 높은 합의란 사익과 공익이 균형을 이루는 결정을 말하고, 수준 낮은 합의는 이해관계에만 매몰되는 결정이다. 결정 수준은 참여자의 문제에 대한 인식, 참여자 구성, 진행역량, 그리고 무엇보다 심도 깊은 논의 능력에 달려있다. 

 

주민이 결의한다고 모두 좋은 결정은 아니다. 합의 자체가 아니라, 수준 높은, 질 좋은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력 소개

현재 국회등록 사단법인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이며,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국토부 갈등관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생태학 박사이며, 지난 20년간 갈등해결과 공론장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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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준 높은 합의! 수준 낮은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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