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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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는 최근 역주행의 신화를 쓴 걸그룹이다. 그녀들은 방송에서는 전혀 빛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군부대 위문 공연에서는 인기가 매우 좋았고 20대 군인들의 인기에 힘입어 인터넷을 통해서 뒤늦게 급부상했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 20대의 현역 군인들, 제대군인들이 힘을 합쳐서 인정받지 못하는 비주류 걸그룹을 주류무대로 밀어 올린 것이다. 이러한 특이한 현상은 현재 20대 청년들의 ‘공정’에 대한 사고를 판단하는 데 있어 하나의 시사점이 된다.

 

지금 청년들은 ‘공정’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다. 필자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학생들이 즐겨 쓰는 말 중에 ‘인정’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상대방이 나보다 나은 대접을 받을 때 쓰는 말이다. 단, 그가 그 결과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설득력있게 노력했다고 판단할 때에 한해서다.

 

그런 상대방을 향해서는 조금도 망설임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쿨’하게 인정한다. 그 차이가 크건 작건 상관이 없다. 반대로 상대방이 지내 온 과정이 공정치 못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나가는 연예인이라도 과거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경우에는 단호히 고발하고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지금 청년들이 생활 속에서의 공정에 대해 민감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1987년 즈음일 것이라 판단된다. 잘 알다시피 우리 국민은 해방 후 수십 년간 여러 독재정권이 보여준 불공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저항했다. 그것은 국가적 불공정에 분노한 것이다.

 

1987년 민주항쟁이 국민의 승리로 일단락되자 이제 그들은 미뤄두었던 현실 속의 일상적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당시 필자가 속한 문화 현장에서 그런 징후는 제일 먼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독재, 고문, 518, 분신 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사라지고 대신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무대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1990년대 중반에는 그런 국가적이고 정치적인 거대 담론들이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IMF와 신자유주의의 파고를 겪으면서 생활은 더욱 더 팍팍해졌고 청년들은 생존의 정글에 던져졌다. 대학은 취업학원으로 전락했고 학생들은 친구들과 양보없는 학점경쟁을 한다. 

 

생존의 미로에서 그들은 출구찾기 선착순 경쟁을 한다. 이런 치열한 경기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의 규칙이다. 규칙을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응징이 주어진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친구 사이에서도 관용이 없다. 적자생존의 정글 속에서 공정의 잣대는 그들에게 마지막 동아줄이 되었다. 

 

【약력 소개】

연극연출가이며 전)수원대교수입니다. 한국연극교육학회 회장, 대학로포럼 대표, 서울연극협회 회장, GKL사회공헌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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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공정] ① 생존게임의 규칙,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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