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과 영어 한글자] 풍물시장, market -mark
이강석 한글자 전도사
추석 연휴 첫날 동묘역 옆 풍물시장에 들렀습니다. 헌책방에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의 고독’을 천 원에 샀습니다.
대학 입학하던 1982년에 이 소설이 노벨문학상을 받아, 소설 속 스페인 영향 하에 있던 콜롬비아의 작은 마을 ‘마콘도’와 미국 영향 하에 있는 한국의 작은 마을 ‘동두천’이 대비되어 제게 다가온 적이 있습니다.
책 가판대에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엄마를 부탁해’ 등 제법 한양의 지가를 올렸던 책들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한 때 대형서점의 가판대에서 ‘최상의 대접’을 받았을 책들이 지금은 길거리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염가로 ‘허접한 대접’을 받고 있네요. ‘흥진비래’와 ‘고진감래’를 추석 때 널뛰기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인가 봅니다.
그렇게 앞으로도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 때 닦으려고 천 원에 손수건 한 장 샀습니다. 한참을 걸어 내장이 텁텁해졌을 것 같아 천 원 식혜 한 잔으로 속을 촉촉하게 적셔주었습니다.
식혜 한 잔으로 ‘인디언 썸머’로 흘린 땀을 닦고 있는데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노점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뭐라도 하나 팔아주러, 아니 가성비 좋은 생필품을 득템하러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가게 앞으로 가는 제 얼굴을 보고 반짝이는 그 상인의 눈빛이 실없는 여느 추석 덕담보다 더 환하게 보름달처럼 제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었습니다.
추석 연휴, 전통시장에 가서 마음의 덕담을 바구니에 많이 담아오는 건 어떤가요?
market -mark
전통시장(market)은 인정이 살아있음을 표시한다(mark)!
p.s. 지난 월요일 동묘 옆 풍물시장에 가 본 소회를 적어보았습니다. 전국의 전통시장을 발품 팔며 다녀보면, 사고 팔고하는 사람들 행위 속에서 항상 많이 배웁니다.
【이강석 소개】
현재 ‘한글자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내 운명을 바꾼 한글자』, 『특허받은 영어학습법』 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