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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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어떤 특정한 민족이나 인종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같은 벌이라도 꿀벌과 말벌은 집을 짓는 방법이 서로 다르며, 생활습성도 차이가 있다. 우리 주거문화에도 이런 차이가 존재하며, 이로 인하여 문화적 질과 양상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떤 문화는 선구적 역할을 하고, 어떤 문화는 후발적인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차이는 민족 혹은 인종 간의 능력의 차이나 이로 인한 불평등한 차별 대우를 받지 않는다. 각각의 다른 민족이나 인종 집단의 역사나 문화는 고유한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으로 그 우열을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세계적 인기몰이로 문화를 선도하는 한류는 우리 문화의 우월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K-문화의 위상 제고는 물론 경제효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필자는 BTS와 기생충, 미나리에서는 감동을 받지 못했지만, ‘오징어 게임’에서는 다른 차원의 귀중한 가치를 발견하였다. 초가집 마당에서 ‘자치기’, ‘땅 따먹기’와 함께 ‘오징어 게임’하던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과연 ‘오징어 게임’의 인기 비결이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의 생존 본능과 탐욕, 경제난과 양극화 심화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 것에서 찾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외국인들이 왜 열광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 원인에 대하여 분석하지만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해답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온돌문화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 북한산 답사 길에 ‘한국전통가옥협회’ 이정범 회장이 운영하는 전통가옥 전시관에서 그 답을 찾았다. 서구의 아파트 문화는 설계자가 지은 획일적인 명령체계인 평면의 콘크리트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주와 자연의 섭리, 인간미와 가족애, 신의와 효의 사상을 배태할 수 없다.

 

우리의 전통 가옥은 아파트와는 다르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돌아 초가집를 보는 순간 환호와 함께 가슴이 뛰었다. 전통가옥에는 한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초가집과 한옥이 어울릴 때 한옥이 빛나는 것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와 같이 우리나라는 지세나 형세가 험하지 않고 평야나 강변, 완만한 구릉지가 많아 어디든지 자연과 어울리게 집을 지을 수 있다.

 

이러한 자연적 지형은 인간에게 친밀감을 주어 인간이 자연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의지를 강하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형 속에 사는 사람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생활 태도를 갖게 된다.

 

어느 곳이라도 자연에 어울리게 초가집이든지 귀틀집이든지 너와집이든지 겹집이나 홑집에 상관없이 산과 들에서 재료를 채취해 가족들이 구성에 맞도록 작게, 나지막하게 지었다. 그 안에서 오손도손, 윗목과 아랫목에 자리를 정해 살다가 식구가 늘면 한 칸씩 늘려 자연과 함께 살면서 효와 가족애, 신의를 배운다. 앞의 큰 강과 높은 산을 바라보면서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운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 비결은 인간에 대한 신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3인 중 한 사람을 죽이고 자신마저 죽이려 했던, 친구를 “집에 가자”며 주인공이 내민 손에는 온돌의 따뜻한 인간미가 있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한옥의 온돌문화에서 체득한 인간미와 창조력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 제작이 가능했다고 본다.

 

다양한 분야의 한류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한류 덕택에 수출이 늘고, 유통업체는 발 빠르게 나서 ‘오징어 게임’ 속의 놀이와 의상이 세계인에게 인기 상품이 되고, 체험관은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이다.

 

한때 한류의 바람을 타고 전통가옥에 대한 수요가 늘고 해외수출도 많이 이루어졌다. 전통가옥의 퓨전화와 조립식 공법 개발, 전문가 교육과 특허출원, 모형과 소품 제작, 협회 설립 및 관련 법령 제정 등이 추진되었으나, 제도적 미비로 해외 수출은 끊기고 국내 시장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정범 회장이 제작한 전통가옥 모형 170여 점도 버려질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대다수가 한옥과 온돌의 우수성을 체험할만한 곳이 없다고 불평한다.

 

한옥의 신비한 바람길과 햇빛 조절의 과학적 원리와 황토와 솔방울 장판이 어우러지는 조상의 지혜, 자연과 함께 하는 인간미와 창조성을 배울 수 있는 한국전통가옥 전시관 건립과 한국전통가옥산업의 세계화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간절히 빌어 본다.

 

 

【조병현박사 약력】

단재학당 교장, (사)영천미래연구원장입니다. 대한지적공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대구과학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장편소설 『간도묵시록』 저자이며, 북한 및 영토관련 논문 40편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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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박사 역사칼럼 《단재생각》] ⑫ ‘오징어게임’ 인기 ·· 한옥과 온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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