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1(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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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여전한 신민(臣民)의 나라, 대한민국

 

21세기 대명천지에 구중궁궐에서나 있을 법한 권력 쟁탈을 위한 암투가 계속되고 있다. 서로 편을 짜고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상대를 모함하고 찍어 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오직 권력을 향한 집념과 상대를 죽이기 위한 음모와 모사, 협잡만 존재하는 현실은 예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권력투쟁의 주체가 예전엔 왕과 과거를 통해 입궐(入闕)한 권문세족이었다면 지금은 소위 국민에 의해 선출된 선출 권력이라는 점과 예전엔 당사자 외에는 알기 어려웠던 반면 지금은 그 권력투쟁 과정을 스포츠 경기하듯 생방송하고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명색이 민주국가이고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다고 하지만, 백성을 개무시하던 과거나 자신을 선출한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자신들의 권리를 위임한 대표들이 말도 안 되는 일들로 개싸움을 하든 진흙탕 싸움을 하든 억울해하고 황당해하기보단 마치 스포츠 구경하듯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꼴도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물어보자!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자들이, 그 주변을 서성이는 자들이 백성이나 국민을 눈곱만큼도 두려워하지 않고 개싸움만 계속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뭔가 잘 보이려 흉내라도 내긴 고사하고, 뻔뻔스럽게 온갖 모사와 술수로 이 소중한 대선 공간을 꽉꽉 채워가는 까닭은 무엇인가?

 

언론 역시 국민의 기대와 소망을 담아 정치권을 압박하고 허접한 싸움에 칼을 들이대기보다, 개싸움 생중계에만 열을 올리며 국민 무서워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국민이라고 별수 없다. 자신들의 삶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문제를 갖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서로를 죽이려 달려드는 그 배반의 정치를 넋 놓고 스포츠 구경하듯 쳐다만 보고, 또 어떤 바보들은 그게 마치 제 일인 양 한쪽 편에 서서 흥분하고 덩달아 난리를 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국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아무리 개판을 치고 국민의 삶을 완전히 무시하고 정쟁에만 몰입해도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선을 통해 국가운명과 국민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희망 같은 건, 그저 무시해도 대세에 별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국민이 대표를 뽑을 수 있는 선출권은 있으나, 그들의 태도와 행동을 위협하고 견제할 아무런 권위를 국민이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그들을 통제할 아무런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출하되, 선출된 권력에 대해서는 국민이 아무런 통제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이 황당함! 그들은 국민이 만들어 준 링 위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신들만을 위한 놀이’에 빠져있는 것이다. 국민은 그것도 구경거리라고 넋놓고 쳐다보고 있다. 

 

국민의 삶과 공정과 상식은 말장난이 되어 버린 현대판 구중궁궐 난리굿을 언론은 보도라고 생중계하고, 국민은 마치 스포츠 구경하듯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는 현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신민(臣民)의 나라이다. 

 


【약력 소개】

현재 국회등록 사단법인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이며,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국토부 갈등관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생태학 박사이며, 지난 20년간 갈등해결과 공론장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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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고] 아직도 신민(臣民)의 나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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