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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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무는 하늘과 세상의 소식을 전해주고,

노루귀는 나무의 친구가 되어주는ᆢ

 

비우고 버리며 어느새 여기까지 왔는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삶의 나이테여...

 

이 사색이 깊어지는  매서운 추위가 시작된 한 겨울에 4년 전 노루귀와의 만남을 떠올린다.

 

아직 겨울의 한기가 가시지 않은 3월 중순, 야생화 촬영을 위해 찾았던 경기도 천마산 7부 능선이었다.

 

그곳에서 아주 큰 나무의 굵은 뿌리 틈 사이에 피어난 작은 청노루귀를 우연히 마주쳤다.

 

그 연약한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앙증맞던지 나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고,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노루귀의 꽃말은 인내, 믿음, 희망이다. 

 

깊은 산 7부 능선에 피어난 그 1센티미터 크기의 청노루귀는 다른 색상의 노루귀도 있지만,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봄을 맞이하는 강인한 생명력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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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겨울 땅의 심장을 녹이고 마침내 피어난

아기 꽃들의 봄날의 합창이여.

 

2년 후, 다시 야생화 촬영을 하며 그날의 경이로움을 잊지 못하고 그리던 마음으로 그 자리를 찾았다.

 

혹여 토끼나 다른 짐승의 시련에 사라지지 않았을까 내심 걱정했었다.

 

놀랍게도 그 청노루귀는 여전히 그곳에서 키가 조금 더 커진 모습으로 당당히 뿌리내리고 있었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술을 뽐내며 모진 겨울을 이겨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각박한 도시의 삶 속에서 생존한 '나'와 시련을 견뎌낸 '노루귀'가 재회할 수 있었음에 하늘에 감사했고, 다시 한번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 노루귀가 홀로 자란 것은 아니다. 그 곁의 거대한 나무는 자신의 굵은 뿌리를 기꺼이 틈내어, 작은 생명이 햇살을 볼 수 있도록 넉넉하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큰 나무는 노루귀에게 하늘과 세상의 소식을 전해주고, 노루귀는 나무 곁에서 조용한 친구가 되어주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뿌리와 흙, 나무와 꽃이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 자연의 현상은 참으로 경이로운 진리이다.

 

결국 청노루귀는 혹한의 시련을 이겨낸 인내의 상징이며, 큰 나무와의 관계는 아름다운 공존의 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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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따뜻한 당신이 있어

봄날의 기적을 맞이 합니다

 

나는 노루귀와 거목의 관계를 통해 우리 삶의 근원을 깨닫는다.

 

이 작은 노루귀가 '나'의 모습처럼 큰 나무라는 '절대자'의 품 안에서 섭리를 따르듯, 우리 역시 보이는 부모님과 주위의 깊은 사랑, 그리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자연의 품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온전히 느낀다.

 

우리 인간 사회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넉넉히 자리를 내어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삶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들과 물속의 물고기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이 근원의 질문을 마주한다. 

 

다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날 노루귀를 기다리며, 다가오는 봄을 재회할 희망을 품고 인내와 믿음으로 감사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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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루귀, 뿌리의 틈을 내어주다 [고홍곤의 야생화 에세이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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