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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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 골짜기는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 신성한 곳이라고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는 곳으로 말씀하셨어요.”

김윤○ 대표님이 일행 중 여성회원이 있다 보니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속삭이듯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었다.

 

“여기는 여자의 그곳과 같다고 해서 신성시하라고 늘 말씀하셨거든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뭉어리골’은 흡사 여인의 자궁(子宮)과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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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어리골’ 입구 전경. 고운 모래가 왜 이 산중에 깔려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 많이 남은 ‘뭉어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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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다 들여다보이도록 투명하면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냉천(冷川). 이런 차가운 온도와 청정한 환경이 ‘뭉어리(틱타알릭)’를 오래도록 살아있게 만든 것은 아닐까?

 

‘여근곡(女根谷)’. ‘뭉어리골=여근곡(女根谷)’이라는 생각이 들자 순간 뇌리를 스치는 지명이 있었다. ‘거문돌 마을’. ‘그렇다면 이 마을의 이름이 범상치 않은데?’

 

어릴 때부터 그렇게 많이 들어왔지만 단 한 번도 특이하거나 특별하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는 이름 ‘거문돌’이었다. 그런데 ‘뭉어리골=여근곡(女根谷)’의 숨은 이야기와 만나면서는 ‘거문돌’이라는 지명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되어 나에게 달려들어 오는 것이었다.

 

‘뭉어리골=여근곡(女根谷)’을 품고 있는 마을에 우리 선조님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지명을 지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왜 ‘거문돌 마을’이라는 지명이 대수롭지 않은 흔한 동네 이름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를 명확히 해야만 지금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범상치 않은 지명’이라는 이 느낌을 증명할 수 있으리...

 

‘거문돌 마을’은 ‘검은돌 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거문돌 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새로 의정부로 유입된 분들은 어떤 것이 맞는 이름이냐며 질문하는 분들도 계신다.

 

거문돌은 조선시대에는 東幕(동막)으로 불렸다. 동막은 이 마을 동쪽에 더운 물이 땅에서 솟아올라서 그 물로 사람들이 막을 세워 놓고 목욕을 하였다는 온두막골(溫逗幕谷)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며, 이후 묵현(默峴)이라고도 불렸다. 묵현은 거문돌 위에 큰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가 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는 흑석동(黑石洞)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게 의정부시 홈페이지 지명유래에 소개된 글은 ‘거문돌’이 맞는다거나 ‘검은돌’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애매하게 쓰여 있다. 시작은 ‘거문돌’인데 내용은 ‘검은돌’로 끝나기 때문이다.

 

사실 ‘거문돌 마을’은 어릴 때부터 ‘흑석동’이라고도 불렸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흑석동’ 어딘가에 ‘검은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거문돌’이라 불리는 것은 원래는 ‘검은돌’인데 발음하다 보니 ‘검은돌’이라는 발음이 어려우니까 발음의 편리성을 위해서‘거문돌’로 발음하게 되고 본래의 ‘검은돌’이라는 지명이 ‘거문돌’이라는 말과 함께 쓰이게 되었다.’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아! 여기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구나.’

순간이었지만 그동안 지명을 추적하고 지명과 씨름하면서 세워진 나름의 해석 노하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동네의 이름이 거문돌인 이유가 무엇이죠?”

토박이인 김윤◯ 대표에게 뻔하지만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야 계곡에 검은 돌들이 많다고 해서…”

역시 예상한 범주 내에 있는 대답이었다. 아니 너무나도 익숙한 해석이었다.

 

“근데 이상하지 않아요? 전 이 ‘거문돌 마을’에서 ‘검은돌’을 본 적이 없는데?”

“지금 이 계곡에도 돌들이 검잖아요.”

“계곡이라는 곳에 있는 돌들은 모두 이 정도로 검지 않나요? 그리고 이 돌이 검은 것은 이끼가 끼고 오랜 시간 물때가 껴서이지 자체적으로 검은 돌은 아니죠.”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김윤◯ 대표의 눈빛에서 그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과거의 시간을 향해 검색엔진을 돌리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검은돌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가 되려면 마을 입구에든 어디에든 ‘큰 검은 돌’이 있다든지 ‘특이한 형상으로 만들어진 검은 돌’이 있어야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그런 ‘검은 돌’을 본 적이 전혀 없거든요.”

“그러네.”

우리 두 사람은 ‘검은돌’이라는 지명을 ‘거문돌’이라는 지명으로 잘못 써왔던 것이 아니라, ‘거문돌’이라는 지명을 ‘검은돌’이라는 지명으로 잘못 불렸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의 눈빛을 교환했다.

 

 

【약력 소개】

전국지명밟기운동본부 전국 총재, 장관상타기 전국청소년토론축제 전국 총재입니다.

의정부서 태어났으며 교육학 박사과정이며, 영석고총동문회 4대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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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명의 지명밟기] ⑩ 거문돌 마을? 검은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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