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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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세요? 이 정도면 범골에 남아 있는 온조국(溫祚國)의 향기에 흠뻑 젖지 않으셨나요?

 

아니라고요~? 앞의 두 이야기 가지고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내용이라고요~? 그렇다면 마지막 한 방, 최고 쎈 결정적 한 방 투척합니다.

 

맛있는 이야기, 전기가 쫘르르르 온몸을 타고 내릴 거 같은 흥분되는 이야기는 원래 맨 마지막에 다루어야 제 맛인거죵.

 

범골에 남아 있는 온조국(溫祚國)과 관련한 총 세 가지 이야기 중 마지막 남은 이야기. “범골은 소서노(召西弩) 여제가 죽은 땅이기에 붙여진 지명이다.”

 

어떠세요. 이 정도면 정신이 번쩍 드시죠. 이거 또 웬 황당한 주장이냐고요? 쎄도 너무 쎈 거 아니냐고요? 이번 글 기대해도 좋습니다.

 

앞의 글에서 우리는 오간(烏干), 흘간(屹于), 곽충(郭忠), 범창(范昌). 이 4명의 신하가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집안이 멸족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다루었었습니다.

 

그 엄청나고 대단한 사건이 무슨 사건이냐? 바로 오호입성(五虎入城)이라는 사건입니다. 다섯 마리의 호랑이가 온조국(溫祚國)에 쳐들어 온 사건.

 

삼국사기에는 이 오호입성(五虎入城) 사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습니다.

 

[十三年 春二月 王都老化爲男 五虎入城 王母薨 年六十一歲]

온조왕 13년(기원전 6년) 봄 (음력) 2월, 경성에서 늙은 할미가 남자로 둔갑했고, 다섯 마리의 호랑이가 성 안으로 들어왔다. 왕의 어머니가 죽었다. 나이 61세였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풀이하면 “미추홀에 비류국을 세운 비류와 의정부 회룡분지에 온조국을 세운 온조는 서로 대립하게 되고, 서로 중재하여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랐던 소서노(늙은 할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온조를 굴복시키고자 다섯 마리의 호랑이(비류의 신하들, 소서노까지 포함하여)가 하북위례성(河北慰禮城)에 들어왔는데 온조의 신하들이 말을 듣지 아니하고 대적하여 마침내 소서노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되었다.”라는 내용입니다.

 

아! 위 글에는 소서노 여제(女帝)가 호랑이로 표현되어 있군요. 호랑이 호(虎), 범 호자. 그리고 61세에 하북위례성(河北慰禮城)에서 서거했다는 내용이네요.

 

이 내용에 대하여 「백제 위례성 우물 설화」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어디 한 번 확인해 볼까요.

 

그가 용이 되어 북쪽으로 남쪽으로 드나드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하루는 그날 저녁도 일찍 움막으로 들어온 온조는 평상시대로 용이 되어 북쪽으로 올라갔다. 

위례성 우물로 들어가서 물줄기를 타고 땅 속으로 한참 올라가는데, 평상시 깨끗한 물 냄새가 나던 맑은 물은 흙탕물로 변해 있었다.

틀림없이 한강 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급히 물줄기를 헤치고 올라가서는 살짝 얼굴을 내밀었을 때, 건너편 강변에 많은 군사가 말을 타고 건너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군사들이 쳐들어오면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놀라게 하려고 파도를 일으키며 물살이 강하게 급류로 흐르게 하여, 그들이 돌아가게 하고는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온조가 북쪽 한강 변에서 용이 되어 물살을 헤치고 있을 때, 때마침 그의 어머니인 소서노가 큰아들 비류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작은아들 온조와 합작을 권하기 위해서 위례성에 왔다.

소서노가 위례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온조가 있는 움막에 안내를 받았으나 온조는 없었고 아무도 그의 거처를 몰랐다.

소서노는 즉각적으로 반란이 일어나서 자기 아들을 죽인 것으로 생각하고는 데리고 온 비류의 부하로 하여금 그들을 쳐부수게 하였다. 

위례성 온조의 부하들은 비류가 이 나라를 쳐부수러 온 것으로 생각하고는 힘껏 싸워 온조의 어머니 소서노까지 죽이고 말았다.

새벽녘 동이 틀 때 위례성 우물을 통해 우물 밖으로 나온 온조는 먼저 피비린내를 맡고는 옷을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와 보았다. 거기엔 많은 시체가 있었으며, 시체 가운데에는 자기 어머니의 시체 소서노도 있었다.

그는 차분하게 싸우게 된 동기를 듣고는, 자기 때문에 어머니 소서노가 죽게 된 것으로 생각하고는 다시는 용이 되지 않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다. 

그리고 부하들로 하여금 돌을 날라오게 하고 위례성 우물에 돌을 던져서 아래쪽에 있는 북쪽과 남쪽으로 통하는 물줄기를 막아버렸다 한다.

온조는 그 후 사람으로서 임금이 되어 한강 변 광주 땅에서 다시 위례성을 세웠다고 하는데 위례산의 위례성 우물은 그 후부터는 흙탕물만 고인다고 한다.

 

오호입성(五虎入城) 사건의 과정과 비극적 결말이 잘 그려져 있죠! 설화가 역사 속에서 되살아나는 힘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어찌되었든 어머니 소서노가 하북위례성(河北慰禮城)에서 죽으면서 어떤 형태로든 온조대왕은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고, 마침내 도읍을 하북위례성(河北慰禮城)에서 하남위례성(河南慰禮城)으로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나라 이름도 온조국(溫祚國)에서 십제(十濟)로 개칭하게 되죠. 

 

[夏五月 王謂臣下曰 國家東有樂浪 北有靺鞨 侵疆境 少有寧日 況今妖祥屢見 國母棄養 勢不自安 必將遷國 予昨出巡 觀漢水之南 土壤膏 宜都於彼 以圖久安之計 秋七月 就漢山下 立柵 移慰禮城民戶 八月 遣使馬韓 告遷都 遂定疆 北至浿河 南限熊川 西窮大海 東極走壤 九月 立城闕]

 

여름 5월 왕은 신하더러 이르기를 "국가가 동으로 나라(樂浪)가 있고, 북으로는 말갈이 있어 강토를 침략하여 편할 날이 없는데 하물며 궂은 징조가 자주 나타나고 국모마저 돌아가시니 형세가 아무래도 편안할 것 같지 않다. 

반드시 도읍을 옮겨야겠다. 어제 내가 한강의 남쪽을 순시한 바 토지가 매우 기름지다. 거기에 도읍하여 장구의 계책을 도모하는 것이 옳다"라고 하였다. 

가을 7월 한산 아래 책을 세우고 위례성의 민가를 옮기었다. 8월 사신을 마한에 보내어 천도한 사실을 알리고 경계를 정하여 북으로 패하, 남으로 웅천, 서로 대해, 동으로 주양을 한계로 하였다. 9월 성궐을 지었다.

 

고주몽과 함께 고구려를 세우고, 비류와 온조를 통해 비류국과 온조국을 세운 철의 여인. 소서노(召西弩) 여황제(女皇帝).

 

고주몽으로부터 버림받고 두 아들의 갈등 가운데에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한(恨) 많은 여인 소서노(召西弩) 여황제(女皇帝).

 

살아있는 마고(麻姑)로 불리며 백성들의 사랑을 온몸에 받았던 풍운(風雲)의 역사 속 주인공이 범골 온조국(溫祚國)에서 61세(世)로 생을 마감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온조대왕은 어머니 소서노를 기리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사당을 세워야겠죠!

 

그래서 하남으로 위례성을 천도한 뒤에 소서노(召西弩)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사당(祠堂)을 짓습니다.

 

十七年春(십칠년춘) : 17년 봄,

樂浪來侵(락랑래침) : 낙랑이 침입하여

焚慰禮城(분위례성) : 위례성을 불태웠다.

夏四月(하사월) : 여름 4월,

立廟以祀國母(립묘이사국모) : 사당을 세우고 왕의 어머니에게 제사지냈다.

三國史記 第 二十三卷(삼국사기 제 23권) 百濟本紀 第 一(백제본기 제 01)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야 할 부분이 뭐냐면 온조대왕은 그랬다 치고, 백성들은 어떤 방법으로 소서노 여황제의 죽음을 기리려고 했을까 하는 겁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겠지만 아마도 가장 쉬운 방법은 지명으로 남겨 놓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여 온조국 백성들은 그들이 믿고 따르고 사랑했던 소서노의 죽음을 기리는 지명을 남겨놓았죠.

 

범골.

다섯 마리의 호랑이가 죽은 땅.

범처럼 용맹한 소서노(召西弩) 여황제(女皇帝)가 서거한 땅.

 

 

【약력 소개】

전국지명밟기운동본부 전국 총재, 장관상타기 전국청소년토론축제 전국 총재입니다.

의정부서 태어났으며 교육학 박사이며, 영석고총동문회 4대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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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명박사의 지명밟기] ㉖ 의정부 ‘범골’ 지명 논쟁 ·· 오호입성(五虎入城)과 소서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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