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11(수)
 

KakaoTalk_20251020_173747213.jpg

 

꽃은 묻는다,

너는 어디 별에서 와서

또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8년 전, 4월 초 청계산 등산로는 척박함 그 자체였다. 아직 겨울의 잔상이 가득한 길 위에서, 나는 홀로 피어난 타래붓꽃을 만났다.

 

타래붓꽃의 꽃말은 ‘미래를 위한 노력’이다. 메마른 대지 위에서 홀로 보랏빛 자태를 뽐내며 고고하게 피어 있는 그 모습은 나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언 땅을 녹이고 굳건히 선 그 작은 존재가 문득 나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 별에서 와서 또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나는 바쁜 도시 생활에 쫓겨 정작 자신은 버려둔 채 그저 속도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그 질문은 나의 존재 근원을 흔드는 잔잔하지만 분명한 첫 울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주 전, 추석차 고향에 들러 전주 모악산 등반 후 내려오는 가을의 길목에서 노란 나비 한 마리를 만났다.

 

가을의 문턱에서 본 노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은 덧없음과 처연함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나비는 잠시도 힘찬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비록 덧없는 마지막 순간이 올지라도, 주어진 생명을 다해 허공을 가르며 나아가는 그 강인한 모습은 내 마음을 울렸다.

 

나비의 유한함은 역설적으로 몸과 마음을 성전처럼 가꾸어 현재의 삶을 더욱 뜨겁게 살아내야 할 이유를 일깨워 주었다. 

 


 

타래붓꽃,

나는 어디로 가는가

 

타래붓꽃이 내 가슴에 속삭였던 것처럼, 이제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길 가에 피어난 작고 흔한 꽃들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고 코를 맞추는 멈춤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 행동은 단지 꽃을 바라보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곧 나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이자, 잊고 살았던 나 자신과의 소중한 대화이다. 

 

나를 누구보다 응원하고 격려하며, 새로운 설렘의 계절을 위해 나만을 위한 꽃씨를 단단하게 맺고 싶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묻는 깊은 질문 속에서, 마침내 나 자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아름다운 여정을 잔잔히 준비한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BEST 뉴스

전체댓글 0

  • 13838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타래붓꽃의 사색 ·· 나는 어디로 가는가 [고홍곤의 야생화 에세이⑨]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