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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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에서 세상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일이 있었다. 어떤 농촌 지역에 대규모 LNG 발전소가 들어올 계획이었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마치고, 이제 지역주민의 동의만 받으면 중앙정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얻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건설사측 입장에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낙관할 그 시점에서 문제가 터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50~70대가 대부분인 원주민 마을이었다. 그들 역시 반길만한 일은 아니었으나, 국가가 계획을 세워서 하는 일이고 발전회사에서 마을 기금 등을 조성한다하니 큰 반대 없이 넘어갔다. 주민 뜻이 이러하니 지역구 의원, 군의원 등 단체장들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이렇게 유치결정 일보 직전까지 왔다.

 

바로 이 시점에서, 발전소 건설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아파트 입주자, 입주예정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부분 30~40대들로 부동산 가격 때문에 도시에서 밀려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로 찾아 나선 이들이었다. 몇몇 젊은 엄마들로 시작된 반대 운동이 눈 깜짝할 사이에 말 그대로 들불처럼 번졌다.

 

이들은 LNG발전은 청정에너지라는 발전회사의 주장은 거짓이며, 발전소가 미세먼지, 질소화합물을 다량 발생시키고 아이들 성장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하며 발전소는 절대 유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하였다.

 

온라인 카페가 만들어지고, 서로 정보를 퍼 나르고 엄청난 수다가 쏟아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회원을 늘려가며 불만과 분노를 공유하며, 관련 중앙정부, 국민권익위, 인권위 등 온갖 청원게시판에 자신들의 주장과 발전소 유치의 부당성을 알리며, 유쾌한 반란을 모의했다. 온라인에서 세를 모은 다음 곧바로 오프라인 집회가 열렸다.

 

30~40대 젊은 여성들의 반란으로 몇 달 새 지역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발전소 건설에 동의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원주민들이 술렁이더니, 하나 둘 반대로 돌아서기 시작하고 이제는 대세가 되어 버렸다. 지자체 의원, 단체장 역시 내년 6월 지자체 선거를 의식한 듯 반대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지역사회 원주민들의 목소리에 신참들이 찍소리 못하고 끌려갔을 판인데, 상황이 전도된 것이다. SNS와 모바일로 무장한 젊은 엄마들이 원주민들을 이끌면서 지역사회 중대한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전복시켜가고 있다.

 

기성세대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의사결정 주도권이 새로운 의식을 가진 젊은 세대에게 넘어가고 있다. 인정하든 하지 않든, 좋든 싫든 세상이 바뀐 것이다.


약력 소개 

현재 국회등록 사단법인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이며,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국토부 갈등관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생태학 박사이며, 지난 20년간 갈등해결과 공론장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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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장과 자치] 젊은 세대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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