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가덕도 표지s.jpg
네이버 지도 인용 ⓒ통통미디어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적사안이라 치열한 논쟁공간필요해

시민사회가 나서거나, 주민 스스로 공론장을 열어야 

 

박태순증명.jpg가덕도 신공항이 화두다. 공항건설 여부를 둘러싸고 국가, 시민사회, 주민 간 강제와 압박, 수용과 타협, 대립과 저항이란 복잡한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이란 미끼를 던진 국가권력,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통해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만들자고 국가 계획을 옹호하고 나선 시민들, 권력을 향한 선택적 정의와 본연의 가치가 충돌하면서 우왕좌왕하는 시민단체들, 국가 계획에 반기를 든 일부 단체들, 삶과 공동체의 운명을 되돌릴 수 없을만큼 바꿔버릴 엄청난 위기 앞에 전전긍긍하며 벌집 쑤셔놓은 듯한 주민들, 이 모두가 서로 다양한 각도에서 대립하고 충돌하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주의를 끄는 것은 시민사회의 태도이다. 다수의 부산 시민은 부산의 미래를 위해 국가 목적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소수의 시민은 신공항 건설은 기후위기와 디지털 혁명 시대에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비판하고 나선다. 또 일부 단체는 특정 정치세력과의 친연성 때문에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가덕도 주민의 삶의 문제에 천착하지 않은 것은 국가나 시민사회나 별반 차이가 없다. 반대하는 단체들 역시 주민의 관점이 아닌, 국가에 대한 대항적 관점이 우세하다.

 

오랜 국가주의 세례를 받아온 주민의 가치와 판단은 시민, 시민사회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떤 주민은 자신의 삶보다 국가 목적을 더 중시하는 국민(國民)으로서의 충성심(?)을 드러내기도 하고, 어떤 주민은 지긋지긋한 국가 폭력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개화된 이념에 경도된 주민 일부는 자기 삶의 문제보다 시민단체의 주장을 더 중시하기도 하고, 또 더러는 생활공동체의 파괴와 해체보다, 금전적 보상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 엄청난 모순과 갈등적 사안을 드러내어 서로 견주며, 비판하고, 논쟁하고, 내용적 지향을 만들어가기보다, 여전히 자기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논쟁 공간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만들 줄 모른다. 유일한 관심은 자기 목소리의 볼륨을 올리는 일 뿐이다.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사안 앞에서 국가, 시민사회, 주민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각자의 손익계산에만 바쁘다. 시민사회, 시민단체 역시 국가와 주민을 연결하는 공론(公論) 공간을 창출하기보다, 찬반 주장에 몰입해 있다. 주민 역시 자신들의 삶이 걸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나랏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패배주의 혹은 결사반대라는 왜소한 선택에 머물고 있다.

 

신공항 건설 여부는 공적(公的) 사안이다. 국가만이 공적 사안을 결정하는 것을 권위주의라 하고, 이런 일을 일삼는 권력을 독재정권이라 한다. 신공항 건설은 주민에게도 공적 사안이고, 시민에게도 공적 사안이다. 따라서 국가에 의한 일방적인 결정은 용인될 수 없다.

 

가치와 이해가 충돌하는 공적 사안에 관한 판단과 선택을 위해서는 논쟁(論爭)’이 필요하고, 국가가 논쟁 공간을 형성하지 않을 때는, 시민사회가 나서거나, 주민 스스로 공론장(公論場)을 열어야 한다. 국가, 시민사회, 주민 간에도 필요하고, 시민사회 내부, 주민 내부에도 치열한 논쟁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담금질을 통해 얻은 결론만이 사회적 승인을 얻게 될 것이다.

 

약력 소개

현재 국회등록 사단법인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이며,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국토부 갈등관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생태학 박사이며, 지난 20년간 갈등해결과 공론장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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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가덕도, 국가, 시민,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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