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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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돌 마을’은 ‘검은돌 마을’을 거쳐 ‘흑석동’으로 변천하면서 조상님들이 후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신령한 의미는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동네 이름으로 전락한 대표적 경우다.

 

‘거문돌’을 ‘흑석’이라는 한자명으로 바뀌니까 주로 ‘어딘가에 검은 돌이 서 있는 동네’정도로 해석됐으니까 말이다.

 

‘흑석동’보다, ‘검은돌 마을’보다, ‘거문돌 마을’이 훨씬 더 오랜 지명이고 ‘거문돌 마을’이라는 지명에서 우리 선조님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찾아냈어야 했다. 그런데 거꾸로 접근을 했으니 그 무지에 대한 보상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답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선 ‘흑석동’이라는 한자화된 지명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정리해보자. ‘거문’이라는 부분이 ‘검을 흑(黑)’으로 바뀐 이유는 ‘거문’을 ‘검은’으로 봤을 것이다. 즉 ‘검다’로 해석했을 것이고 ‘검다’는 소리를 포함하고 있는 한자 중 흔히 쓰는 한자가 ‘검을 흑(黑)’이니까 ‘검을 흑(黑)’이라는 한자를 가져다 썼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 지명에서 허다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돌’은 ‘돌’이라는 소리를 포함하는 한자로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이 ‘돌 석(石)’이었기 때문에 ‘돌 석(石)’을 가져다 썼을 것이다.

 

이 또한 전국 지명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두 글자를 합쳐 ‘흑석’이라는 말이 완성되어 사용되었던 것이다. 

서울 동작구의 흑석동, 광주 광산구 흑석동, 전주의 흑석골, 충북 제천의 흑석리 등에서도 의정부 산곡동 ‘흑석’의 발상과 변천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고민은 이러한 모든 과정을 180도 뒤집어서 고대사의 지문이 남아 있는 ‘거문돌’이라는 지명으로 접근하는 일이다. 이 지명은 ‘거문’과 ‘돌’로 나누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거문’이라는 글자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거문’이라는 글자가 ‘검’이라는 글자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거문’이라는 단어가 ‘검’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로는 강화도 내가면 고천리 ‘거무내’라는 지명이 ‘검내’ 또는 ‘현천(玄川)’으로도 불렸다는 것과 경남 함양 마천면 가흥리 엄천(嚴川)이 ‘검내(黔川)’였고 ‘거무내’로도 불렸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검’이라는 고어는 ‘곰’, ‘감’, ‘가마’ 등의 형태로도 지명에 많이 남아 있다. 일단 원점으로 돌아가서 ‘거문’은 어떤 뜻일까?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유네스코 지정 3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도 한라산 ‘거문오름’이 그것이다. 제주도 ‘거문오름’의 ‘거문’은 ‘신령스럽다, 성스럽다’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조선 고어에서 ‘검’, ‘곰’, ‘금’, ‘감’, ‘가마’등은 보통 ‘크다, 신성하다, 임금(王), 신(神)’ 등으로 해석되는 글자이고 보면 ‘거문’을 ‘신령스럽다, 성스럽다’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지명의 흔적은 ‘검단’이라는 지명부터 ‘감천’, ‘웅진’, ‘금동(琴洞)’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다.

 

물론 ‘검’자는 다른 해석도 있다. ‘검다→밤이다→뱀이다→배미다→배미→논배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들이나 논이 넓게 펼쳐져 있을 때’라는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뭉어리골’, ‘흑석 계곡’은 다락논(비탈진 산골짜기에 여러 층으로 겹겹이 만든 좁고 작은 논)조차 형성될 수 없는 암석 계곡이니 이는 합당한 해석이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나머지 글자 ‘돌’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사실 ‘거문돌’이라는 지명이 ‘흑석’으로 헷갈리는 것은 이 ‘돌’이라는 단어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돌’은 ‘들’이 잘못 전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예로 전국에 ‘백석(白石)’이라는 지명이 많은데,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 지명이 왜 만들어졌느냐고 물어보면 100%가 ‘흰 돌’로 해석하고 ‘마을 입구에 흰 돌이 서 있어서 그렇게 지었다’라고 보통 말들을 한다. 그래서 어디에 흰 돌이 서 있느냐? 라고 물어보면 대답하는 이가 없다.

 

사실 그 동네의 이름이 ‘백석(白石)’이 된 이유는 ‘돌’과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백석(白石)’을 이두식으로 해석을 해보면 ‘백석(白石)’마을의 옛 모습이 금방 재현된다. 흰 백(白)은 ‘한->ᄒᆞᆫ->크다’라는 뜻이 한자화된 것이고 ‘석(石)’은 ‘돌->들’이 한자화 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거치고 나면 그 동네의 옛 모습은 ‘큰 들’이었던 것이다. ‘거문돌’도 이처럼 ‘들’이라는 말이 ‘돌’이라는 말로 와전되어 한자화된 형태로 된 것이다.

 

이제 이렇게 해서 정리한 두 글자를 합쳐 해석하면 ‘거문+들’은 ‘신성스러운 공간’이라는 재해석이 가능하다. 기존의 ‘흑석동’은 ‘검은 돌이 서 있는 동네’에서 ‘거문돌’은 ‘신성스러운 공간’이라는 선조들의 정신이 담긴 뜻으로 되살아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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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자궁을 닮은 여근곡 ‘뭉어리골’. 우리 선조들은 여근곡을 생명의 근원으로 여기고 신성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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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크리토리스가 되는 공깃돌 바위. 자연스럽게 하늘로 올라가는 ‘통천문(通天門)’이 만들어졌다. 인터넷에서는 이 풍광 때문에 ‘천문(天門)계곡’이라고 불리고 있다.

 

마침내 ‘거문돌 마을’은 ‘신성스러운 공간이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제 모습을 찾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신성스러운 공간’이란 ‘뭉어리골=여근곡(女根谷)’을 지칭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지 않겠는가!

 

 

【약력 소개】

전국지명밟기운동본부 전국 총재, 장관상타기 전국청소년토론축제 전국 총재입니다.

의정부서 태어났으며 교육학 박사과정이며, 영석고총동문회 4대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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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명의 지명밟기] ⑪ ‘거문돌 마을’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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