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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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의 정치, 사회적 의미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나는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이자, 공론장 운동 주창자로서 내 관점에서 몇 가지 느낀 소감을 말할 뿐이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과 비교하면 출마자(리더)의 역할과 역량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지만 지지자(팔로워)들의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강화되었다는 점이고, 리더가 팔로워(지지자)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의 요구에 리더가 반응하는 형국이 되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우리 정치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설명을 좀 하면 이렇다. 박정희까지 갈 것도 없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심지어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거의 주도권은 리더가 쥐고 있었다.

 

그리고 대중은 각 후보자가 제시한 내용을 나름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지지 여부를 결정했다. 리더는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고, 국민은 이를 판단하고 평가했다. 그래서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에서 리더의 역할이 더 중요했다. 촛불 정국이라는 문재인 정권은 예외로 하고,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을 보면,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역할은 국가 비전과 방향 제시가 아니라, 국민,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팔로워(핵심 지지자들)가 원하는 내용에 반응하는 수준이었다.

 

지지자 구성 변화에 따라 요구 수준에 따라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정책에 포함 혹은 삭제를 반복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기본소득’, ‘주택 확대 정책’이 대표적이고, 윤석열 후보의 경우 ‘여성 정책’, ‘중소상공인 피해보상’이 대표적으로 그랬다. 

 

한마디로 ‘대중을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라, 지지자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리더’로 역할이 바뀐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심각하다.

 

이제 국가 정책의 방향과 내용이 국가 리더의 ‘가치와 철학, 경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의 요구, 욕구’에서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정책 방향과 내용이 ‘지지자’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인물에 대한 선택권뿐 아니라, 당락을 볼모로 정책에 대한 선택권까지 지지자인 국민이 갖게 되었다.

 

국민(지지자)이 후보의 정책까지 좌지우지하게 되는 상황! 리더가 팔로워의 눈치를 게속 봐야만 하는 상황! 우리가 바라던 국민주권의 실현이고, 민주주의의 완성인가? 좋은 일인가?

 

좋은 일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했으니, 명목뿐이던 국민주권이 실제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니, 우리가 바라던 바가 아닌가! 그게 끝인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국민이 리더를 컨트럴할 만큼 힘이 세졌다면, 그 나라의 운명은 이제 그 국민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국민의 요구가 공적이고 정의롭고 국가의 미래까지 고려한 것이라면, 그 국가의 장래는 밝을 것이나, 리더에 대한 지지 여부를 볼모로 자신들의 집단이익만을 관철하기 위해 ‘사적’요구만을 쏟아낸다면, 그 나라는 망조가 들 것이다.

 

민주주의 원조, 그리스 아테네가 망한 핵심적 이유가 ‘아테네 시민의 타락’에 있지 않았는가? 공동체의 운명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시민의 관심이 온통 파르테온 신전의 금고(델로스 동맹에서 거줘드린 공금)로 쏠리는 순간, 아테네 민주주의는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지 않았는가?

 

이제 책임은 권력을 틀어쥔 ‘국민에게’ 있다. 정치인에 대한 ‘요구 수준’이 곧 정치 수준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논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공심(公心)이 훨씬 더 커져야 하는 이유이다. 공론장 운동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력 소개】

현재 국회등록 사단법인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이며,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국토부 갈등관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생태학 박사이며, 지난 20년간 갈등해결과 공론장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 본 기고문은 통통미디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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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선이후 ·· 이제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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