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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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10월 1일 화요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뉘른베르크 600호 법원에서 전 나치 지도자들의 전범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그들에 대한 기소사유는 ‘인도에 관한 죄(인민 몰살, 추방, 집단살해)이었다. ‘인도에 관한 죄’는 폴란드에서 자행된 400만 유대인과 폴란드인에 대한 살상을 의미한다.

 

피고인 한스 프랑크(Hans Frank)는 아돌프 히틀러의 변호인이었으며, 후에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에서 히틀러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 폴란드 출신의 법학자인 라파엘 렘킨(Raphael Lemkin)은 프랑크의 범죄 과정에서 일종의 패턴을 발견하였는데, 그가 저지른 범죄를 한 단어로 ’제노사이드(genocide, 集團虐殺)라 불렀다.

 

제노사이드는 어떤 인종·종교·정치·민족집단을 고의적·조직적으로 말살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원래 '인종', '민족', '종족'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genos'와 '살해'를 뜻하는 라틴어 'cide'에서 유래했으며, 1933~45년 유럽에서 대규모 집단을 의도적으로 죽인 사건이 일어난 뒤 이것을 설명할 법적 개념이 필요해 만들어 졌다.

 

UN 총회가 정한 규정을 보면 대량학살이란 "어느 한 국가·민족·인종·종교집단 전체나 일부를 의도적으로 죽이고자 하는 행위"로서, 어느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죽이는 행위와 어느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정신·신체의 위해(危害)를 가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대량학살, 평화를 위협하는 범죄나 전쟁범죄에 관련되어 일어난 '반인도주의 범죄'

또 대량학살을 공모·고무·시도·동조하는 행위도 처벌받도록 했고, 대량학살을 행한 사람이 헌법상 지배자이거나 공무원 또는 개인, 그 어느 누구이든 처벌받게 했다. 뉘른베르크 재판 규정에 따르면 대량학살은 평화를 위협하는 범죄나 전쟁범죄에 관련되어 일어난 행위로서 '반인도주의 범죄'이다.

   

터키에서 일어난 아르메니아인 학살(1915~1916)과 보스니아·코소보 사태(1991~1999)와 같이 민족적·종교적 동기에서 발생한 비극, 스탈린 대숙청(1930~1946)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1975~1979)와 같이 정치적 대립 과정에서 일어난 학살,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1939~1945)과 르완다 대학살(1994)과 같이 인종적·종족적 갈등에서 발생한 참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우리도 현대사에서 제노사이드를 경험하였다. 관동대지진 때 일어난 재일 조선인 학살과 제주 4·3사건과 5·18민주화운동도 제노사이드로 해석할 수 있다. 뉘른베르크 재판 때 법정에 선 전범자들과 마찬가지로 5·18민주화운동을 강압적으로 진압한 두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선 모습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였지만, 단죄하지 못한 채 두 사람 다 죽고 말았다. 노태우 씨는 가족들이 사과라도 했지만, 전두환과 그 가족들은 잘못에 대해서 사죄를 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호칭과 조문을 두고 논란을 벌이기도 하였고, “끝내 사과 한 마디 없이 맞이한 죽음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과 함께 “그의 죽음과 함께 대립과 갈등, 상처를 넘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점에서 엄격한 단죄가 필요!

광주의 한은 민주 회복의 한이 풀릴 때만 해결..

그러나 전두환의 광주학살에 대한 화해와 관용의 정신도 중요하지만, 악을 선의로만 대하면 안 되는 것이고,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점에서 엄격한 단죄가 필요하다.

 

광주의거는 조국 분단과 독재 정치, 군인 정치의 한을 풀고자 일어섰기 때문에, 광주의 한은 민주 회복의 한이 풀릴 때만 해결되는 것이다. 그동안 이념적으로 매도당했던 광주의거는 이제 4·19의거와 6·10항쟁처럼 국가적, 국민적 차원에서 인정받는 민주화운동이 되었고, 머지않아 헌법전문에 명시될 것이 틀림없다.

 

두 사람은 죽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광주학살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 논쟁은 진영의 유·불리에 따라 복잡한 성격을 띠기 때문에 어떻게든 논리와 이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국민이나 민족 집단에 대한 파괴행위”에 관해 인류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제노사이드에 대한 역사적 단죄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묻힐 곳 한 평 없어 헤매고 있는 광주학살의 주범, 두 사람의 주검이 불쌍하기 그지없다.

 

 

【조병현박사 약력】

단재학당 교장, (사)영천미래연구원장입니다. 대한지적공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대구과학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장편소설 『간도묵시록』 저자이며, 북한 및 영토관련 논문 40편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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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박사 역사칼럼 《단재생각》] ⑬ 제노사이드[집단학살] ·· 두 사람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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