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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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적 역사관은 터를 잘 잡은 인종이 승자가 된다는 새로운 역사관이다. 인류의 역사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기후론 못지않게 지형론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나라의 산수지세나 한 개인이 주거지나 묘지가 그 나라의 국세나 개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양의 풍수지리설과 맥을 같이 한다.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리스 헤로도토스가 이집트 문명을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한 말은 지형의 중요성을 나타낸 것이다. 키케로 또한 로마가 위대한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지형학적 배경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지배·정복하는 역사의 부침은 그 국가가 지정학적으로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부동산적 역사관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UCLA)의 다이아몬드 교수가 그의 저서 「총ㆍ균ㆍ쇠」(1998)에 근거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 책에서 오늘의 일본인이 3,0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이주한 한민족의 후예라는 연구 결과와 함께 한ㆍ중ㆍ일의 연대기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적 역사관은 단재의 논문에서도 나타난다. 단재는 천고(天鼓) 제2권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조선은 일찍이 예로부터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어서 양국의 울타리 역할을 하여 피차가 서로 해를 입지 않도록 하였다. 이는 진실로 수천 년 역사가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수양제·당태종·요태조·금태조 등은 대륙에서 일어난 자들인데 그 무력이 압록강의 남북에서 그치고, 동으로 일본을 어지럽히지 못한 것은 조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일본의 해적이 경상도 연안을 침범하였으나 그 흉악함이 거듭하여 중국을 집어삼키는 데 이르지 못한 것 또한 조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인은 동양에서 평화를 보전한 공이 크다. 고려 말에 원세조가 길을 빌어 왜를 벌한다 하였는데 조선은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조 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쳐들어 왔는데 조선은 자력으로 물리치지 못하고 명에 원군을 빌려 겨우 물리칠 수 있었다.

 

근세에 이르러서는 일본이 조선 문제로 중국,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켰다. 무릇 수가 오면 수를 막고, 당이 오면 당을 막고, 거란이 오면 거란을 막고, 여진이 오면 여진을 막고, 왜가 오면 왜를 막아 반도를 훌륭히 보장하고 해양과 대륙의 양 민족을 나누어 놓은 것이 진실로 유사 이래 조선인의 천직이다.

 

열국들이 왜의 조선 병탄을 들어주었으니, 왜가 두만강 압록강을 넘어 만주 땅을 어지럽히고 북쪽으로 몽고를 넘보고, 서쪽으로 산동을 점령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단재는 조선의 지형학적 특성과 함께 일본의 대륙 진출을 경계하였다. 그리고 일본의 대륙 진출을 가능하게 했던 ‘간도협약’에 대하여 ‘일본의 간도 조약 철폐론’에서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마침 지난 10일 간도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9월 4일을 ‘간도의 날’로 정하여 1909년의 ‘간도협약’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매년 기념행사를 가졌는데 금년에는 코로나19로 생략하고, ‘간도되찾기운동대전본부’ 한울림(閑鬱林) 총회에 참석하여 간도 수복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간도 문제의 근원으로 ‘간도협약’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간도협약은 만몽조약(滿蒙條約)으로 효력을 상실하였다. 중국은 간도조약의 특수성과 국제적 관례에 비추어 간도협약을 지키고자 하였으나, 간도의 치안을 보지(保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요구를 용납하고 ‘간도협약’의 폐기에 동의하였다.

 

서방의 학자들은 한국을 동양의 발칸이라고 한다. 과거 크림전쟁과 근세 세계대전은 모두 발칸에서 비롯되었고, 한국 역시 근세 동양 열국의 교충지가 되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조선 문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발칸은 흑산·세르비아·루마니아 등의 소국이 병립하고, 라틴족·슬라브족·투르크족 등 여러 민족이 섞여 있지만, 조선은 예로부터 통일 국가를 이루고, 순수한 단일민족을 유지한 것이 발칸과 다르다. 이것이 한국의 지형학적 힘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으로 한국은 단일 민족으로 대륙에서 일어나 수천 년 동안 관리해 왔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 ‘간도협약’을 폐기하였기 때문에 간도 수복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간도는 한민족의 심장이다. 이제 대륙파워와 해양파워 사이에 낀 반도국가에서 대륙국가로, 세계 중심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와 대한민국의 위상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부동산적 역사관이 논리와 이론을 제시할 것이다.

 

 

【조병현박사 약력】

단재학당 교장, (사)영천미래연구원장입니다. 대한지적공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대구과학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장편소설 『간도묵시록』 저자이며, 북한 및 영토관련 논문 40편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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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박사 역사칼럼 《단재생각》] ⑧ 부동산적 역사관으로 본 간도(間島)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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