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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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정치국면이 난장판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선 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도덕성은 그렇다 치고, 비전 있는 국가관과 국가 경영철학, 국민과의 소통능력을 대선 후보의 조건으로 꼽으면서, 개인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보다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원하고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환경을 고려하면 매우 올바른 판단이다. 이러한 생각과 함께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고, 시심(詩心)을 간직한 후보를 보고 싶다.

 

시심은 시를 불러일으키는 마음과 생각(詩想), 느낌(詩情)을 말하지만, 넓게 보면 시심을 시인은 말로써 표현하고, 음악가는 소리로써 나타내고, 화가는 선이나 색채로, 조각가는 흙이나 나무·무쇠를 입체적으로 조형을 하는 것처럼, 정치 지도자의 시심은 말과 공약(公約)을 통해 국정방향을 공감하고 풀어나가는 방편이 된다.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정치에 시심을 활용하는 리더를 찾고 있어..

 

아름답고 훌륭한 예술을 보면 시가 들어 있어 좋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정치를 자기 위주로만 보지 않고,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정치의 시심을 활용하는 통합적 리더십을 찾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정권쟁취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수없이 많은 공약(公約)을 발표하는데, 발표하는 그 순간 공약(空約)이 된다.

 

‘동경대전’에 보면 수운(水雲)은 “不知心之得失 察用處之公私, 부지심지득실 찰용처지공사”라고 했다. “마음의 얻고 잃음을 알지 못하거든 마음 쓰는 곳의 공과 사를 살피라”라는 뜻이다.

 

사사로운 사적인 욕심을 버리고, 공과 사가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면 모든 이의 마음을 얻게 된다는 교훈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수운 ·· 동학을 창도한 종교가인 동시에 정치 지도자이며, 대학자, 대시인

 

수운은 동학을 창도한 종교가인 동시에 정치 지도자이며, 대학자, 대시인이다. 죽음을 마주하고도, 자기 자신의 이해(利害)가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시심의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수운에게 시가 없다면 그의 사상이나 종교적 체험, 또 그에 대한 철학적 기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수운의 시심을 통하면 지금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조명할 수 있다.

 

우음(偶吟)에서 “鹿失秦庭吾何群 鳳鳴周室爾應知(녹실진정오하군 봉명주실이응지) 사슴이 진나라 뜰을 잃었다니 우리가 어찌 그런 무리인가, 봉황이 주나라에서 우는 것을 너도 응당 알리라.”하였다.

 

여기서 ‘진정’은 ‘지록위마(指鹿爲馬)’고사와 관련이 있는데,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짓’을 말한다. 중국 진(秦)나라의 조고(趙高, ~ BC207)가 자신의 권세를 시험해 보고자 제2세(世) 황제 호해(胡亥)에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슴을 말이라 속이고 바쳤는데도 신하들이 조고의 권세를 두려워하여 묵인하자 이를 기화로 황제까지 죽였고, 결국 이런 혼란 끝에 진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봉명주실’은 상나라 말기에 기산에서 봉황이 우니 주나라가 새롭게 융기할 것이라는 예언을 말해주는 고사에서 왔다. 봉황은 태평성대를 의미하며 오동나무에서 자고, 죽실(竹實)을 먹는다. 

 

중국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이 ‘달기’라는 여인에 빠져 술이 연못을 이루고, 고기가 숲을 이루는 방탕한 생활로 나라가 망한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폭정이 극에 달할 때 봉황이 나타나 울었다.

 

결국 주나라의 문왕에 의해 은나라가 망하고 새 왕조가 열렸다. 수운은 봉황이 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개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우음은 수운의 혁명사상이 배태되어 있는 싯구절이다. 당시 조선의 사회혼란과 권력자들의 무능, 이들의 부패를 조고가 난동을 부리는 난정의 수준으로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였다.

 

수운은 동학도에게 과연 사슴을 사슴이라 말하는 양심세력에 속하느냐? 사슴을 말이라고 우겨대는 거짓세력에 속하느냐? 묻고 있다. 아무리 세태가 문란해져도 도덕정치는 새롭게 일어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수운은 동학정신과 민세주의를 바탕으로 지상천국을 건설하고자 하였다. 수운이 꿈꾼 지상천국은 인류가 가장 동경하는 이상형을 이 지상에 건설하여 모든 민중에게 평등의 행복을 도모케 하는 것이었다.

 

동학혁명이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세계 초일류국가 발판 되듯이..

 

일본군에 의해 30만 명 학살된 동학혁명은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오늘날 선진국을 넘어 세계 초일류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다.

 

그러나 정치판은 이전투구와 공약남발로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갈등과 반목으로 국가 이익과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 정치 지도자는 사슴을 사슴이라 말해야 한다. 자기가 속한 집단보다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치 지도자의 시심이 정치 불신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된다. 시심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조병현박사 약력】

단재학당 교장, (사)영천미래연구원장입니다. 대한지적공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대구과학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장편소설 『간도묵시록』 저자이며, 북한 및 영토관련 논문 40편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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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박사 역사칼럼 《단재생각》] ⑯ 시심(詩心)을 가진 리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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