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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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질병의 역사이다.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하던 인류는 12,000년 전 농경이 등장하던 무렵 정착을 시작했다.

 

정착 초기 인류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말라리아나 십이지장충과 같은 풍토병이 생겨났고, 수렵과 채집이 주가 되던 시기보다 섭취할 수 있는 영양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초기 농경은 풍요에 대한 약속이었다기보다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고, 수렵채취 때 자연스레 유지되던 영양 밸런스는 깨질 수밖에 없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총·균·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유럽이 남북아메리카를 정복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병원균과 기술, 정치 조직, 문자를 꼽으면서 잦은 전염병으로 면역성 또는 유전적 저항력을 갖게 된 유럽인이 면역력이 없는 원주민을 감염시켜 다 죽게 했다.

 

『질병의 역사』 책에서도 고대 세계의 질병과 흑사병, 천연두, 장티푸스, 콜레라 등 다양한 질병이 인류와 같이 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절반 이상을 빼앗아간 흑사병과 인류 최초의 전염병으로 알려진 천연두, 20세기 후반을 공포로 물들인 에이즈까지 언제나 문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존재해 왔다.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은 2000만∼5000만 명, 많게는 1억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550만 명에 달하고, 실제로는 이보다 4배 더 많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국내 전파 등 거의 5년마다 한 번씩 질병에 시달려 왔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시민 협조로 코로나19가 막을 내리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변이종 오미크론으로 하루 2만 명 확진 시대가 시작되었다. 당장은 위드코로나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를 몰아내 왔다.

 

오미크론 변이는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과 비슷한 수준으로 변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온다.”는 말이 있다. 미국투자은행 JP모건이 오미크론 출현을 두고 팬데믹의 막바지 현상이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다.

 

팬데믹 사태에도 우리는 4% 경제성장과 수소산업 성장, KF-21 국산전투기 및 한국형 잠수함 수출, K-방역 등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세계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힘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19세기는 치료법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고통이 심했다. 1863년 11월에 천연두가 돌자 수운은 제서(題書)에서 “得難求難 實是非難 心和氣和 以待春和(득난구난 실시비난 심화기화 이대춘화) 풍습을 낫게 할 수 있는 약방문은 얻기도 어렵고, 구하기도 어렵지만, 실상인즉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음을 화평하게 하고 몸의 기를 편안케 하라. 그리하여 봄의 평화를 기다리라.”하였다.

 

정신과 육신의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경·신에 의한 수심정기(守心正氣)를 강조하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시는 위생과 병원체에 대한 개념과 지식이 부족해 전염병을 신의 징벌로 받아들여 질병을 치료하는 수단으로 주술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방문을 애타게 구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요구하였다. 한약으로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처한 것이다.

 

무속과 주술은 점차 과학적으로 극복되어 20세기에 세균 증식을 억제하고 죽이는 물질인 항생제(페니실린)가 발견돼 전염병과 싸우는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백신 개발과 의학 발달로 인류는 공포 대상이었던 전염병을 어느 정도 정복한 듯 보였지만, 코로나19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질병은 과학적 발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회문화적 신념과 관습, 정치적 혹은 경제적 요소 등 다양한 요인까지 고려해 질병을 통제하고 극복해야 한다. 인류에게 고통을 주는 질병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발생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제 자기계발을 통한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수운의 가르침이다.

 

새롭고 혁신적인 공공위생과 의료시스템, 이를 총괄하는 사회시스템 구축과 함께 육신 건강을 위해 위생에 철저하고, 정신 건강을 위해 항상 수심정기가 된 상태를 유지해 면역체계를 갖춰야 한다.

 

오호라! 시운이 편치 못하구나!(嗚呼時運不幸, 오호시운불행) 우리가 당면한 시운이 편치 못하고, 불행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봄을 기다리자.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나의 기운을 평화롭게 하면서 봄꽃이 만발하는 봄을 기다려 보자. 봄은 반드시 온다.

 

 

【조병현박사 약력】

단재학당 교장, (사)영천미래연구원장입니다. 대한지적공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대구과학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장편소설 『간도묵시록』 저자이며, 북한 및 영토관련 논문 40편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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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박사 역사칼럼 《단재생각》] ⑰ 봄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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